오로라이트 광산 잠입 임무는 계속됩니다.


유적충의 기습을 받은 일행은 고생고생해서(..) 유적충을 물리치고 벗어납니다. 특히 게렌이 크게 다치지요. 그러나 캐온 오로라이트로는 하루 곡괭이 대여로도 안 된다며 감독관은 다친 일행에게 게으름피우지 말고 일하라고 다그치고, 게렌은 노번에게 이 착취적 구조의 부당성을 역설하며 분노를 부채질합니다.

루빈은 오로라이트를 캔 곳을 보여준다는 핑계로 책임자를 광산 안쪽으로 유인해 정보를 캐내는 계획을 제시하고, 일행은 다친 몸을 회복하면서 며칠 기다립니다. 그러나 게렌의 몸상태를 걱정한 루빈은 길드타운으로 걸어돌아가서 멜린윈에게 알리고, 멜린윈이 연락선으로 광산에 도착하자 게렌은 크게 화를 냅니다.

광산의 병자와 부상자를 봐주고 천막에 찾아온 멜린윈에게 게렌은 당장 돌아가라고 다그치지만 멜린윈은 꿈쩍도 하지 않고, 오히려 난민을 이용해 폭동을 일으키려는 게렌을 무자비하다며 탓합니다.

세실 로즈: "허. 그윈이 엄마가 스스로 죽음의 골짜기로 들어왔다는 걸 알면 얼마나 잘 자랄지 궁금하군요." 독설을 퍼붓습니다.
세실 로즈: 그리고는 험상궃은 얼굴로 칼을 뽑아듭니다.
멜린윈: "그러지 않고 남기에는 내 아이한테 부끄러우니까요." 하다가 "!"
레인: 멜린윈의 앞을 가로막고 섭니다
멜린윈: "게렌씨...?"
세실 로즈: "지금 내가 당신을 해치고 겁탈해도 막을 사람은 없어요. 레인 씨나 루빈이 당신을 항상 지켜줄 거라는 보장도 없고."
멜린윈: 창백해져서 레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다가
멜린윈: "그럼.. 그럼 그렇게 해봐요." 옷을 풀어헤치기 시작하며 "비켜요, 레인씨."
레인: "왜 이러십니까." 하고 막습니다.
세실 로즈: 멍하니 멜린윈을 봅니다.
멜린윈: "해보란 말야, 이 자식아!" 레인에게 몸부림을 치며 게렌에게 악을 쓰는..
멜린윈: "처음 만났던 날부터, 사람을 그꼴로 만든 당신이 어차피 못할 게 어딨어?"
멜린윈: "날 죽이는 것도, 저 밖에 있는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것도!" 울면서 천막 입구를 가리키는..
세실 로즈: 그 모습을 보고, 칼을 팽개칩니다.
레인: 손을 놓죠
세실 로즈: 그리고는 아무말 없이 잠자리에 누워서 등을 돌립니다.
멜린윈: 흐느끼면서 고개를 숙이고 옷을 여미는..
멜린윈: "막진 않아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 게렌의 등에 대고
멜린윈: "하지만 때로는 궁금해.. 당신의 영혼은 어디 있는지."
멜린윈: 천막에서 나갑니다.
레인: 따라 나가죠

심한 말다툼 끝에 멜린윈이 나가자 레인도 따라나가고, 레인은 자신이 레누스 블랙이라는 사실을 멜린윈에게 털어놓습니다. 두 사람은 옳은 목적을 위해 부정한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고민을 함께 나눕니다.

멜린윈: "하지만.. 그런 방법으로 싸우다 보면.." 다시 감정이 복받치며
멜린윈: "결국에는 싸우려던 적과 똑같아지는 것 아닌가요?"
레인: "저는 괴물이 되긴 싫습니다."
멜린윈: 레인을 돌아보는..
레인: "제가 괴물을 잡기 위해 괴물이 되려고 했다면."
레인: "굳이 집을 뛰쳐 나오지도 않았겠지요..."
멜린윈: "...?" 고개를 갸웃
레인: "저는 레누스 블랙입니다."
멜린윈: "블랙?"
레인: "잭 블랙의 아들입니다."
멜린윈: 순간 숨을 들이키며 한 발짝 물러서는..
멜린윈: "그랬.. 그랬군요." 놀라서 주저앉으며 "세상에.."
레인: 멀리 작업현장을 바라봅니다.
멜린윈: 안쓰럽게 쳐다봅니다
레인: "이제까지 한 것도 별로 없고, 할 수 있는것도. 별로 없죠."
레인: "...현실의 벽은, 너무 높은 것 같아요."
멜린윈: "확실한 건.. 레인씨는 괴물이 아니란 거에요. 그러니까 괴물이 되지 않겠다는 다짐도 할 수 있겠죠."
멜린윈: "맞서기에 너무 거대한 벽을 무너뜨리지 못하는 건 흉이 아녜요."
레인: "하지만..."
레인: "앞으로는 어떨지, 잘 모르겠습니다."
멜린윈: "어둠 속에서도 자신을 지키는 것은 정말로 가치있는 싸움이라고 생각하고.."
멜린윈: "그리고 레인씨는 굳게 마음먹는다면 그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거에요."
멜린윈: "난 레인씨가 그 싸움에 이겼으면 좋겠어요."
레인: "감사합니다."
레인: "멜린윈 씨도 너무 자신을... 내몰지 마세요."
멜린윈: "노력할게요." 인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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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전투는 다소 어려운 면도 있었고 (그저 주사위가..) 극적 중요도는 크지 않았지만, 그래도 전투를 하는 전술적 재미는 나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후반에는 멜린윈이 오면서 동료에 대한 게렌의 의무감과 난민에 대한 멜린윈의 의무감이 충돌하고, 게렌이 쓰려는 수법을 보면서 레인의 고민까지 시기적절하게 나와서 상당한 극적, 도덕적 긴장이 나왔고요. 레인이 비밀을 멜린윈에게 털어놓으면서 레인의 비밀도 지난 화 이브린의 말에 더해 극적 활용도가 커질 것 같네요.

전에 토의했듯 비중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던 게렌과 멜린윈의 이야기가 이런 식으로 충돌하면서 재밌어지는군요.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세계관과 신념, 그리고 감정이 흥미진진합니다. 그건 둘의 첫 만남부터 복선이 있던 갈등이기도 했고요. 복선도 갈등도 따로 만들려고 그랬던 건 아니었지만, 두 캐릭터를 충실하게 표현하다 보니 나온 거라 더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또한, 캐릭터가 언제 등장하고 하는 건 참가자가 캐릭터 입장에서 할 수 없는 것인 만큼 합의로 하기에 적당한 영역인 것 같아요. 이번에 광열군이 멜린윈 등장 제안을 받아들여서 더 재밌어졌던 것 같고, 특히 서술 영역이 넓고 다양한 인물을 하는 걸 재밌어하는 제 취향상 이런 쪽으로 더 적극적으로 하면 재밌을 것 같네요.

멜린윈이 등장한 시점부터 극적 긴장감이 팍 올라간 것을 생각하면 역시 가장 재미있는 갈등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나오는 것, 그 중에서도 각자의 '본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떻게 보면 존재와 존재의 충돌? 게렌, 멜린윈, 레인이 각자 살아가는 방식이 부딪치는 데서 나오는 밀고당김은 그만큼 근본적이어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것 같아요. 그게 외부 사건만으로 그치지 않고 외부 사건이 내면적, 인간적 갈등을 반영하는 플레이겠죠.

게렌이 멜린윈을 돌려보내려고 겁을 주는 장면에서 멜린윈이 옷을 벗으려고 한 것은 우리 역사에서 일부 따온 대목입니다. 일제에 체포당한 한 여성 독립운동가가 (이름은 잊었군요;;) 입을 안 여니까 옷을 벗기라는 검사의 말에 누가 내 몸에 손을 대냐고, 내가 벗겠다고 훌훌 벗고서는 잘 보라고, 당신 어머니나 아내도 나랑 똑같다고 그랬다는 일화가 있죠.

멜린윈 RP도 일상적, 사회적 경계를 단번에 넘어서 가장 취약한 모습을 내보임으로써 오히려 당당해진다는 맥락은 그 일화와 같습니다. 캐릭터뿐 아니라 참여자들까지 놀랐으니 그 감정적 에너지는 더했겠죠. 게렌의 위협부터가 일반적인 사회적 경계를 넘는 것이었고 (어찌 보면 캐릭터 자체가 그렇죠;) 저는 그 상황을 한층 고조시켜서 괜찮은 상황전개가 나온 것 같습니다.

그 외에 참가자 연기 NPC(?)였던 노번과 루빈도 재밌었습니다. 노번이 얼결에(..) 유적충을 때려잡은 대목이라든지, 전투반사신경 없는 민간인다운 반응이라든지, 입 다물고 있으라고 그를 은근히 협박하는 레인과 루빈이라든지. 루빈은 '순박한 사투리를 쓰는 킬러'라는 컨셉에 맞게 피에 굶주린 모습은 보였지만 (다만 안습의 주사위 때문에 활약은 그다지..(..)), 그러면서도 상관을 생각하는 모습에서 인간성은 보이더라고요. 루빈이 멜린윈을 부른 것을 알고 가차없이 주먹을 날리는 게렌의 모습에서는 아군 말마따나 상하관계라는 느낌이 물씬.

전반적으로 즐겁게 한 플레이였습니다. 이번 화 지급 CP는 3입니다. (근데 이렇게 가면 성장이 무섭게 빠르긴 하군요;; 저 CP를 언제 다 써..)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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