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세션 리플레이입니다.


다음날, PC들은 가라지와 겨가 섞인 쌀과 상해가는 밀가루라도 고대하는 난민들에게 배급하기 위해 일찌감치 난민지구로 나옵니다. 게렌은 질서 유지를 위해, 자치수비대에 요청해 비번인 5명의 부하를 차출해왔고, "오늘도 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철수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거칠게 기율을 잡습니다.

루카가 탁월한 행정 역량을 발휘해 식량배급은 순조로이 되는 듯 했으나, 중간에 회색머리 중년 사내 한 명이 통사정을 하기 시작합니다. 아내는 애를 배고 노부모는 앓아누워 일하러 갈 형편도 못된다며, 식량을 따로 조금 빌려달라고 사정합니다. 게렌은 뒤에 줄선 사람들에게나 사정해보라며 냉랭하게 거절합니다. 중년 사내가 급기야 식량자루를 잡아채 달아나려 하자, 게렌과 경비병은 곧바로 잡아 경비대 초소로 연행합니다.

그런 엄중한 태도 덕에 식량배급은 순조로이 마무리되어갑니다. 해가 저물 무렵, 한 난민 소년이 아버지 대신 배급을 받으러 왔다며 찾아옵니다. 아버지 베름 씨는 신식공방에 고용된 걸로 되어 있었지만, 소년의 말로는 다쳐서 일을 못 나가게 되었다는 것. 루카는 식량 배급을 받으면 아버지는 퇴직한다고 통보할 수 밖에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그 말에 소년은 루카의 허리에 매달려 악을 쓰고 경비대들은 소년을 잡아떼 쫓아내려 합니다. 루카는 "셈을 할 줄 아느냐"고 물으며, 난민 소년 크렘을 아일렌 의류상의 도제로 받아들입니다.

 그렇게 크렘은 아일렌 공방의 식구가 되었지만, 총감독 마일즈는 루카에게 크렘이 까막눈에 동네 지리도 옷감을 다루는 법도 아는게 전무하다며 걱정합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도 않아, 공방에서 잔심부름만 맡던 크렘이 결국 금단추를 훔쳐갔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오늘의 명장면: 크렘을 도제로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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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세션에선 일단 식량배급을 하면서 생기는 이런저런 사건들을 다뤄볼 생각이었습니다. 서로 앞서려 실랑이를 벌이고, 배급을 더 받으려 다시 줄에 끼어들거나 남의 이름을 댄다든지... 하는 건 게렌 등이 규율을 엄중히 잡고, 루카가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한 탓에 어렵게 되버렸고요, 대신 인정에 호소하는 쪽이 나왔죠. (사실 다른 꺼리가 얼마 없어 살짝 불안하기도;)

소년 크렘 쪽은... 원래 PC들의 지갑을 소매치기하고, 그를 뒤쫓아가면 집안 사정을 알고 끼어들게 된다는 전형적인 전개였습니다. 크렘의 아버지 베름 씨는 신식 공방에서 일하다, 일자리를 둔 뒷거래/다툼에 밀려 린치를 당하고 자리를 잃었단 설정이었죠. 감독에게 뇌물이나 알선료를 쥐어줘야 일자리를 얻을 수 있고, 또 난민들끼리도 조직을 짜고 가입비를 요구하는 등의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죠. 원래 그런 도입부를 위한 상투적 설정이, 루카가 동정심을 품고 도제로 맞았던 점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난민들의 부적응과 범죄도 다룰 수 있었고요 ('난 까막눈에 기술도 없으니 이대로 잔심부름만 하다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

이런 측면들에서 좀더 플레이어들과 논의하며 장면을 만들어가서 좋았습니다. 게렌과 루카가 대비를 이뤘던 점도 인상적이었고요. 개인적으로 세부적인 시나리오 준비 없이 그때그때 흐름을 살리며 의외의 전개가 나오는 점들이 새롭고 재미있네요 (저로선 일종의 마스터링 변신..인 듯도^^).

CP: 2CP... 였죠?
Posted by 애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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